"무릇 지극한 도는 형상의 바깥을 포함하므로 보아도 그 근원을 볼 수가 없고, 큰 소리는 천지 사이에 울리므로 들어도 그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부처님께서)가설을 세워 세 가지 진여(眞如:현상 자체의 본질)의 깊은 뜻을 보이고 신성한 종을 달아 일승(一乘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유일한 가르침)의 원만한 소리를 깨닫게 하였다.…성덕대왕께서는 덕은 산하처럼 드높았고 명성은 해와 달처럼 높이 걸렸으며, 어질고 충직한 사람을 등용하여 백성들을 어루만지고 예악을 숭상하여 풍속을 관찰하였다. 들에서는 생업의 근본인 농사에 힘썼고, 시장에는 남용되는 물건이 없었다. 사람들은 재물을 싫어하고, 문재(文才)를 숭상했다.…사람과 귀신이 힘을 도와 진기한 그릇이 모습을 이루었다. 능히 마귀를 항복시키고 물고기과 용을 구제할 만하다. 위엄이 동방에 떨치고 맑은 소리는 북쪽 봉우리에 울렸다. 듣는 이나 보는 이가 모두 믿음을 일으켜 꽃다운 인연을 진실로 씨 뿌렸다. 원만하게 빈 속에 신기한 몸체가 바야흐로 성인의 자취를 드러내었다. 영원히 큰 복이 되고 항상 장중하리라" 우리나라 금석문 가운데 명문장으로 알려져 있는 '신라성덕대왕신종'(국보 제29호) 종명(鐘銘)의 일부다.
종명에서 찬탄했듯이 '에밀레종'으로 알려진 성덕대왕신종의 소리는 다른 종에 비해 특별하다. 이 신비로운 소리의 비밀을 캐기 위해 여러 학자들이 연구했다. 강원대학 김석현·서울대 이장무 교수는 이 신비한 소리가 독특한 '맥놀이 현상' 때문이라 했다. 종을 치고 50여 가지의 낱소리들이 다 사라진 뒤에 에밀레종만이 갖는 숨소리 같은 64㎐와 어린이의 울음소리 같은 168㎐의 음파만 9초 간격으로 울리는 신비한 소리의 세계라 했다. 또 김양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교수도 멀리 오래도록 음이 울려 퍼지는 '에밀레종' 소리의 비밀을 연구했는데 종의 아래 지표면에 파인 울림통(명동)의 깊이에 그 비밀이 있다고도 했다.
경주시가 지난 2003년 마지막 타종 이후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된 에밀레종의 원형에 가까운 종을 만들 계획이다. 내년 12월까지 15억원을 들여 종을 짓기로 했다. 신비로운 에밀레종 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을 지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