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통일신라시대인들의 삶과 문화를 재현한 ‘신라 소리축제 에밀레전’의 지난해 행사모습. 올해 행사는 ‘대 신라왕국의 종소리를 다시 울리자’를 주제로 10월3일부터 6일까지 경주 첨성대 잔디광장에서 열린다. <신라소리축제 에밀 레전 조직위 제공>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가장 큰 종은 통일신라시대에 제작된 ‘성덕대왕신종’이다. 높이 3.75m, 입지름 2.27m, 두께 11∼25㎝이며, 무게는 18.9t이다. 산과 같이 크고 우람하지만, 조화와 균형미가 빼어나며, 종소리가 맑고 은은해 긴 여운이 남는다. 성덕대왕신종은 신라 경덕왕이 아버지인 성덕왕의 공덕을 널리 알리기 위해 처음 시작해 혜공왕이 771년에 완성했다. 이 종은 처음에 봉덕사에 달았다고 해서 봉덕사종이라고도 하며, 제작과정에 아기를 넣었다고 해 아기의 울음소리를 본따 ‘에밀레종’이라고도 한다.

통일신라시대는 에밀레종을 비롯해 우리나라 역사상 불교예술이 찬란하게 꽃피운 시기다. 원효와 의상·경흥과 태현 등 고승대덕이 배출됐으며, 불국사와 석굴암을 비롯해 수많은 탑과 종, 불상 등이 만들어졌다. 또 향가와 관등회 등 일상 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불교의식과 행사가 행해졌다. 통일신라시대는 삼국시대 불교의 연장이면서, 동시에 창의적이고 독보적인 민족불교의 시발점이었다.

이처럼 다양하고 웅숭깊은 통일신라시대의 불교문화를 보여주는 ‘2013 신라 소리축제 에밀레전’이 천년고도 경주의 첨성대 잔디광장 일원에서 내달 3일부터 6일까지 열린다. BBS불교방송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주시, 불국사 등이 후원해 열리는 이번 행사는 천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을 뛰어넘어 신라인들의 삶과 문화를 고스란히 재현한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열리는 올해 행사의 주제는 ‘대 신라왕국의 종소리를 다시 울리자’이다. 에밀레종의 종소리를 높이 울려 신라왕국의 기상과 정신을 알리고, 우리 국민들과 온 세계가 화평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행사 주최측은 “지난해 30만명의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아 성황을 이뤘던 것에 힘입어 올해는 대회의 규모와 내용을 좀더 내실있게 보강했다”고 밝혔다.

올해 주목할 만한 프로그램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주제관이라고 할 수 있는 에밀레 박물관에서는 한국은 물론 전세계 이름난 종의 모형을 전시한다. 성덕대왕신종 모형과 일본 운주지 소장종, 선림원 출토종 등 현존하는 신라시대 범종의 모형종을 만날 수 있다. 또 한국종과 외국종을 비교해 감상할 수 있으며, 특히 6t 무게의 대형 에밀레 모형종을 관람객들이 직접 타종할 수도 있다.

신라시대 대표적인 재래시장인 ‘동시’와 ‘서시’의 재연도 주목받는다. 산나물, 채소, 과일, 천 등을 파는 모습을 당시 그대로 보여주고, 도자기와 종 만들기, 손명주 짜기, 사찰음식과 선무도 시연 등을 한다.

일몰 이후에는 ‘신라 간등회(看燈會)’ 코너가 볼 만하다. 한국 전통등의 효시인 신라시대 간등(看燈)을 재연하는 행사로, 축제기간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성덕왕릉의 12지신등과 황룡사 9층 모형탑 등 50여 개의 대형 전통등이 첨성대와 어우러져 은은한 야경을 연출한다.

이밖에 중앙대와 부산대·전북대·영남대·동국대 등 전국 5개 대학교의 한국음악과 학생들이 신라 향가를 직접 작곡하고, 연주하는 ‘전국 대학 향가제’, 승무와 선무도 등 스님들의 예술무대를 보여주는 ‘문화공연’, 명상음악가 홍순지와 국악인들이 꾸미는 ‘명상음악 콘서트’ 등이 행사장 곳곳에서 다채롭게 마련된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